반기문 “북측에 구걸하는 태도 보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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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8일 “개탄스럽다” “구걸하지 말라” 등 강한 표현을 쓰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창립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서훈·박지원·이인영 향해 조언

반 위원장은 먼저 지난달 16일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그야말로 억지로 한마디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보인 미온적 대응에 크게 실망했다”며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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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안보라인으로 지명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국가정보원장), 이인영(통일장관) 후보자 등을 향해선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반 위원장은 ‘북핵’ 해결이 우선이란 시각이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에 있다. 이런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햇볕정책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찬양받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이게 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여권의) 일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데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 개탄스러운 일”이란 말도 했다. 이어 “(동맹을) 허물기는 쉽지만 이를 유지하고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날(7일) “섭섭하게 해도 절대로 주한미군 철수 못한다”고 한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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