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이날 청와대에서 인사 발표를 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임명 절차에 동의했다”며 “우리가 다시 평화의 오작교를 놓을 순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하게 놓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은 이 의원의 오랜 꿈이자 신념이다. 이 의원은 2017년 8월부터 3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한여름 뙤약볕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남방한계선 남쪽 5~10㎞)을 걸었다. 민통선을 평화의 일상으로 바꾸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2011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하고 쓴 저서 『산티아고 일기』 말미에는 “나는 지금부터 통일의 길을 걷고자 한다. 우리는 아무리 늦어도 20년 안에 통일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을 꼽았다. 이 의원은 “대화를 복원해야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인도적 외교 협력 문제 등 지난 시기 함께 약속했던 것을 다시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해선 “우리가 공존하고 평화를 통해 더 큰 번영의 길로 가는 민족임을 함께 증명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려면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인 이 의원은 당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1순위 후보로 꼽혀 왔다.
그간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이 의원은 “통일부 나름대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충성심으로 임했을 것”이라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 통일부가 민족의 부처가 될 수 있도록 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에 대해선 “좋은 팀워크로 우리 민족과 겨레 앞에 제기된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