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부품회사 B 인사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현재 우리회사 사정에선 원격근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B 팀장은 “사업의 핵심인 생산과 영업이 모두 현장 중심이어서 우리에겐 원격근무가 맞지 않는다”며 “실시간 현장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무직원까지 유기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하려면 출퇴근 근무가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앞으로 원격근무가 우리 같은 제조업에도 가능한 시대가 올 수는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사업 특성에 맞는 원격 소통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지속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70.8%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원격근무 도입을 검토 중’(21.5%)이라거나 ‘현재 활용 중이며 향후에도 지속할 것’(7.7%)이라는 응답은 이보다 적었다. 원격근무 시행에 따른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27.5%)라거나 ‘이전과 비슷하다’(56.1%)는 응답이 다수였지만, 지속할 뜻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왜 이 같은 반응이 나온 걸까. 대한상의는 “일시적 시행은 별문제 없어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업무 방식과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회사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제약업체의 D 인사팀장은 “본격적으로 업무 방식을 바꾸려면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어떻게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할지, 근태관리나 성과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 인사팀장은 “재택근무를 휴가처럼 생각하는 직원도 있고, 화상회의 등에 필요한 IT 기기에 능숙하지 않은 간부, 변화를 꺼리는 리더 등 일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원격근무가 보편화 되기 위한 1순위 과제로 ‘보고ㆍ지시 효율화’(51.8%)를 꼽았다. 이밖에 ‘임직원 인식ㆍ역량 교육’(28.1%), ‘보안시스템 구축’(23.8%), ‘성과평가ㆍ보상제도 재구축’(15.3%), ‘팀워크 제고 방안 마련’(9.5%)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IT 기술의 발달과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고려할 때 비대면 업무방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코로나19가 기업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업무방식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