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⑥ 근무 형태 변화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깜짝 선언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응급조치’로 도입한 재택근무를 ‘일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10년 내 절반 원격근무”
미국 ICT 기업들 “무기한 재택”도
국내선 롯데·SK 등 적극적 도입
전기료 등 비용 누가 낼지 불명확
고학력·고숙련자 선호 높아지고
미숙련 노동자는 고용 축소 위험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롯데지주는 주 5일 가운데 하루는 의무적으로 재택근무하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일시적 도입이 아닌 의무적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건 롯데가 처음이다. 롯데쇼핑 등 다른 계열사도 의무적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이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꼭 집이 아니어도 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일 “직원들이 굳이 회사 본사 등 사옥까지 나오지 않고,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재택근무는 직장인에게 숙명과도 같은 출퇴근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구직·구인 때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본사가 서울에 있다고 굳이 집값 비싼 서울에 살 필요가 없다. 실제 저커버그 CEO는 “시니어 엔지니어 등은 아예 처음부터 원격근무할 사람들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살지 않아도 페이스북에 입사할 수 있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재택근무를 위한 디지털 장비 구입, 일하면서 쓰는 전기요금 등 업무 부대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깊이 있는 집중 토론, 상호 교류에서 오는 창의성, 표정과 목소리 같은 비언어적 소통 등 대면 회의·접촉이 갖는 장점이 축소되는 점은 보완이 필요한 과제다.
기존 고용·노동 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련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형태의 유연근무제는 근로기준법에 규정이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일하는 장소와 관련된 근무 규정은 법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고용 관련 법은 단일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을 일하는 집합적인 노동을 전제로 한 법체계”라며 “코로나19에 따라 급격히 바뀌는 탈(脫)시간·장소화 형태 고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미국의 경우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대체하기 어려운 고숙련 일자리의 경우 재택근무의 효율성이 크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들은 출퇴근과 같은 불필요한 시간·비용을 줄이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고 자신의 몸값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디지털 기술로 대체가 쉬운 미숙련 일자리 노동자를 중심으로 기업에서 고용을 축소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코로나19가 비대면 기술을 급속히 발전시키면서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에 따른 고용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 안전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성희 소장은 “코로나19 충격에 특수고용직종 등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지원 및 고통을 분담하는 노사 대타협과 더불어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아직 미진한 만큼 다각적인 관련 연구 역시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