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고령 파킨슨병 환자 피부암·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매우 높아

중앙일보

입력 2020.06.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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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고대안산병원 다학제 연구팀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피부암 위험이 높고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안산병원 다학제 연구팀(가정의학과 김도훈·박주현 교수, 신경과 권도영 교수, 피부과 유화정 교수)과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성 환자 피부암 위험도 2.8배
심근경색 발병 가능성은 43%↑
맞춤 치료·관리에 유용한 데이터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 부위의 퇴행 현상으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손실되면서 떨림과 근육 경직 등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병이다. 현재까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병이 진행할수록 근육·뼈가 약해지면서 폐렴·골절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다만 파킨슨병 환자의 암 발병 위험에 관해서는 의료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가별로 파킨슨병 환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가 일반인보다 암 위험률이 낮았지만, 최근 대만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60% 더 많아 

이에 고대안산병원 다학제 연구팀은 전 국민 건강 정보가 담긴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한국인의 파킨슨병 유병률과 합병증 위험 등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10~2015년 한국에서 발병한 파킨슨병 환자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파킨슨병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60% 더 많았다. 특히 2013년 이후로 여성 환자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암 위험은 전체적으로 일반인보다 크게 낮았다. 위암을 비롯해 간암·췌장암·폐암 등 거의 모든 암이 최대 절반까지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피부암은 예외였다. 65세 이상 남녀 파킨슨병 환자의 흑색종 발병 위험은 각각 2.8배, 1.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한국인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이 43%, 뇌졸중 발병 위험은 42% 증가했다. 울혈성 심부전 위험은 65%나 증가했다.
 
김도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의학과·신경과·피부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참여해 진행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연구결과가 국내 파킨슨병의 맞춤 치료·관리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Circulation’ ‘European Journal of Cancer’ ‘BMC Geriatrics’ 등 관련 분야 국제학술지에 잇달아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