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육비 지원이 소득은 늘려주지만, 원래 취지인 아동 삶의 질 개선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바람에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호자들이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권성준 부연구위원은 22일 재정포럼 6월호에 기고한 '정부이전지출 확대에 따른 가구의 소비지출 행태 분석'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2년 보육료와 유치원비 지원 효과를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통해 분석했다. 2012년은 만 0~2세, 만 5세 아동의 보육료와 유치원비를 처음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지급한 첫번째 해다.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양육비와 유치원비 지출 감소 효과다. 특히 만 1~2세 가구는 양육 비용이 2만4881원(비중 0.88%포인트↓) 감소한 것에 비해 만 5세 가구는 6만34원(비중 0.17%포인트↓) 감소했다. 연령이 높은 자녀가 있을수록 보육과 학비에 드는 부담이 더 줄었다는 얘기다. 또 양육비 지원 대상을 고소득 가구로 확대한 첫 해여서, 돈이 많이 가구에서 양육비 절감 효과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은 사교육비도 감소시켰다. 만 5세 자녀가 있는 집은 저소득층인 1, 2분위 가구에서 사교육 비용이 5만 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만 1~2세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상대적 고소득층인 3, 4분위에서 사교육비 감소가 나타났다.
정부 지원에 따라 생긴 여유가 아이들의 삶의 질을 위해 쓰이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악기·서적·문구·장난감·취미용품 구매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가족여행 지출 항목은 만 1~2세 영아 가구에서는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정부의 보육료 및 유치원비 지원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권 부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양육비 지원이 영유아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의도에 맞게 쓰이기 위해서는 지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육비를 지금처럼 보육료와 유치원비로 현금 지원하기보다 "사용처와 지원 품목을 제한해 바우처 또는 기프트카드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또 양육비를 감당한 여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삶의 질도 높은 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정책 타당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