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가계 빚 증가 속도 1위…신용대출도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0.06.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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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채가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빨리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민간 부문 신용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21일 국제결제은행(BIS)이 공개한 세계 43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문(가계+기업) 신용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97.6%로 직전 분기(195%)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싱가포르(7.2%포인트)·칠레(3.1%포인트)에 이어 증가 속도가 세번째로 빨랐다. 2018년 4분기와 비교해보면 10%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가계 부문의 신용 증가 속도는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빨랐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95.5%로 직접 분기(93.9%)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홍콩(1.6%포인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노르웨이(1.0%포인트)·중국(0.8%포인트)·벨기에(0.8%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의 절대 수준은 스위스(132%)·호주(119.5%)·덴마크(111.7%) 등에 이은 7위였다.
 
비금융 기업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02.1%로 직전 분기 101.1%보다 1%포인트 올랐다. 싱가포르(6.9%포인트)·칠레(2.7%포인트)·사우디아라비아(2.1%포인트)에 이어 네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2018년과 비교해서도 싱가포르(11.1%포인트)·칠레(9.2%포인트)·스웨덴(7.3%포인트)에 이어 네번째로 증가 속도가 빠랐다. GDP 대비 비금융기업 신용 비율의 절대 수준은 17위로 일본(103.9%)과 비슷했다.
 
부채 증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GDP 대비 민간 부문의 신용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0%를 넘어설 게 유력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1.2%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는 945조1000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만 76조2000억원이 늘어나 이미 지난해 증가 폭(44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대기업이 5월까지 27조5000억원을 은행에서 빌리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대기업은 2조4000억원의 대출을 순상환 했다.  
 
가계 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0조7000억원이다. 올해 들어 32조4000억원이나 불었다. 특히 6월에는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원으로 5월 말보다 1조8685억원 늘었다. 이미 지난 5월 한 달간 신용대출 증가 폭(1조689억원)을 앞질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며 “성장과 투자에 기여하는 부채가 아닌 생존을 위한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건 향후 민간과 정부 부문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