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①‘진정서 사본 다툼’ 본질은
법무부로부터 최씨의 진정서를 이첩받은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약 40일간 감찰부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윤 총장에게 진정사건 접수와 감찰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한 부장은 계속 감찰부에서 조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윤 총장은 보고 다음날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감찰부가 재배당에 반대하며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자 윤 총장은 일단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조치했다. 한 부장은 ‘감찰 독립권’을, 윤 총장은 ‘총장 배당권’을 내세운 형국이다.
대검찰청[뉴스1]
대검 측은 검찰총장의 배당권은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의 핵심이라며 한 부장의 ‘지시불이행’을 지적한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대검 훈령에 적힌 감찰 독립권은 ‘감찰 활동’에 대한 것이지, 감찰권 자체가 따로 독립됐다는 뜻이 아니다”며 “그렇다면 ‘감찰청’과 ‘감찰청장’이 따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②秋의 지시, 그 이후
검찰총장의 배당 권한은 존중하되, 최종 취합 보고는 ‘감찰부’에 두는 형태의 돌파구를 택한 것이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지켜보되,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대검 감찰부로 이첩하겠다는 얘기도 된다.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2017년 8월 만기출소했다. [중앙포토]
통상 대검 감찰부는 ‘검사의 비위’를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해 검사가 허위 증언을 압박한 의혹이 사실인 쪽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대검은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이 아니고 ▶진정인(최씨) 역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평검사는 “검사가 회유해 억지 진술했다는 내용의 진정은 모든 검사가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사건 때마다 대검 감찰이 나선다면 검사들은 위축돼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징계시효 등을 근거로 든 대검 논리는 공감이 어렵다. 징계 시효는 법무부 징계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인사 조치 등 사실 다양한 형식의 징계는 가능하다”고 했다.
대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감찰 관련 지시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권은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하면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감찰 관련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③與의 尹 사퇴 압박 도구?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윤 총장은 공식 대응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는 법률 문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전격 사퇴할 경우 검찰 조직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