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과제는 실내ㆍ빌딩숲ㆍ터널 등 ‘위성항법장치(GPS) 안 되는 곳’에서 정확한 위치 찾기. 접근 방식과 적용하려는 분야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GPS 끊겨서’
카카오는 GPS의 한계를 극복할 측위 기술 'FIN'을 여기에 적용했다. FIN은 이동통신사들의 LTE 신호 패턴에 기반을 둬 위치를 찾는 기술이다. 특정 지역에서 평소 발생하는 LTE 신호 패턴을 대량 분석해 일종의 ‘LTE 신호 지도’를 그린 다음, 이를 내 스마트폰에 잡히는 LTE 신호와 비교해 현재 위치를 찾는다. 카카오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택진 박사팀이 공동 연구·개발했다.
회사는 통행량이 많은 터널을 살펴, 서울 강남순환로 3개 터널에 FIN 기술을 우선 적용했다. GPS가 잡히지 않는 터널 속을 4~5㎞ 달리다 빠져나와 곧바로 갈림길을 만나는 구간이다. 터널 안에서부터 미리 정확한 차선을 택해야 하고, 잘못 들어서면 10㎞ 이상 돌아가야 한다. 카카오내비 안드로이드 최신판(3.42버전 이상)에 이 구간들의 FIN 기술을 적용했더니, ‘경로 재탐색’ 비율이 10% 줄었다.
카카오 기술, ‘내비’와 ‘자율주행 호출’에 유용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활용한 측위 기술도 있는데, 왜 LTE 기반일까. 전 파트장은 “와이파이·블루투스 기반 측위는 정확도가 높지만, 주변 상황에 민감하거나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며 “우리 서비스 사용자에 적합한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 LTE 기반 측위 기술”이라고 말했다. “용도에 따라 레이더·와이파이·LTE를 융합하면 측위 정확도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FIN은 사용자의 스마트폰 외에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다. GPS 정확도가 떨어지는 도심의 빌딩 숲 속에서 내가 있는 곳으로 차량을 호출할 때도 유용하다. 카카오의 사업 분야와 결이 닿는다.
네이버, 쇼핑·물류 활용 주목
이는 네이버의 기술 로드맵 ‘A시티’와 연결된다. 네이버의 연구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인공지능(AI)·로봇 등 신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측위는 이를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네이버는 “제2 사옥을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짓고 있는데, 여기에 VL 기술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4월부터 측위 기술 경연대회를 벌이는 중이다. 국내 대학·대학원 연구진에게 실내외 영상 데이터를 주고, 3개월간 VL 기술을 활용해 위치 측정 정확도를 겨룬다. 수상팀들에 상금과 인턴 기회, 채용 시 서류 전형 통과 등의 특전을 준다.
쏘카, ‘편광 측위’ 업체 인수
폴라리언트의 편광 측위 기술은 편광판 등 별도의 기기를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지하 주차장같이 GPS 신호가 잡히지 않지만 정밀한 위치 파악이 필요한 곳에 유용하다. 쏘카 측은 “폴라리언트의 연구진이 쏘카의 자율주행과 스마트 주차 등의 분야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고 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