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은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전주 모 대부업체 대표 박모(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날 오전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40대 대부업자, 사기 혐의 영장심사
"단기간에 높은 이자 주겠다" 말에
중앙·모래내 시장 상인 등 71명
430억 맡겨…대부업체 직원도 포함
경찰 "계좌에 투자금 일부만 남아"
"민사 거쳐야…회수 시일 걸려" 지적도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전북경찰청과 각 관할 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낸 피해자들은 박씨가 운영하던 대부업체 직원 13명과 상인 58명 등 총 71명이고, 피해 규모는 430억원에 달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가족 몰래 거액을 대출받아 맡겼거나 신분 노출을 꺼려 고소하지 않은 상인들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대부업체 직원 등의 고소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숙박업소에 숨어 있던 박씨를 체포했다.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그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열린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부터 매일 1만원씩 예치해 100일이 되면 즉시 예금의 3%를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의 '특별 이벤트'를 열어 예금을 유치했다. 올해 초에는 시중 은행 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4개월에 이자 10%를 주는 상품을 내놓아 대부업체 직원들도 가족이나 지인 돈 수백만∼수천만원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런 수법으로 예금자가 늘고 예금액이 400억원 넘게 불어나자 이를 챙겨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시중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받거나 가족과 친인척 등에게 돈을 빌려 5억~10억원을 예치했다고 한다. 피해 상인 중에는 평생 모은 거액을 투자하거나 자녀 결혼 자금으로 준비한 2억원을 건넨 상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의 개인·법인 계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계좌에는 피해자들이 맡긴 돈의 일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형사 처벌과 별도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민사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범행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계좌 등을 확보해 상세 내역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