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 3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250만7347명이었던 당뇨병 환자는 3년 만에 302만8128명(2018년)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321만3412명으로 늘었다. 이 통계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단·치료받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는 2018년 국내 당뇨병 환자 수 510만 명, 당뇨병 전 단계 830만 명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바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인구 고령화, 비만 인구의 증가, 스트레스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처럼 많은 사람이 당뇨 합병증에 노출된 셈이다.
당뇨병은 단순히 보면 혈당이 높은 질환이지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당뇨병을 무서운 질환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합병증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하면서 신체 각 기관이 서서히 기능을 잃거나 완전히 망가진다. 시력을 잃거나 발가락 혹은 다리를 절단해야 하기도 하고 심근경색·협심증이 생기기도 한다. 언제든 만성질환에서 급성·중증 질환으로 돌변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꼴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
SGLT-2 억제제 예방 효과
당화혈색소 6.5% 밑으로 유지
혈관 질환은 당뇨병 환자 사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최대 네 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 관리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와 함께 혈당 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당뇨병 진료 지침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도 변경됐다. 심혈관 질환 예방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 당뇨병학회(ADA)와 유럽 당뇨병협회(EASD)는 공동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2형) 환자의 심혈관 질환 관리를 위해 당뇨병 치료제 중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고했다. 미국 심장학회(ACC) 전문가 합의 의사결정 지침에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는 SGLT-2 억제제 중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사망 위험 30% 이상 떨어뜨려
이 연구결과는 당뇨병 치료제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심각한 당뇨 합병증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예방 효과까지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 기전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SGLT-2 억제제가 인체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감소시켜 심혈관 질환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심근경색·심부전·협심증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