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로 본사 옮기는 네이버웹툰…넷플릭스·디즈니와 경쟁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0.05.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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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K웹툰' 열풍을 업고 미국으로 웹툰 사업의 본거지를 옮긴다. 콘텐트 허브인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네이버의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IP) 관련 사업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8일 네이버는 한국·미국·일본의 웹툰 사업을 미국 법인이 총괄하는 식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그간 한국(네이버웹툰), 미국(웹툰엔터테인먼트),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에서 각각 웹툰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회사는 이날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웹툰 사업을 총괄하고 산하에 네이버웹툰, 라인디지털프론티어를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라인이 보유한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형태로 인수하고, 라인에 신주를 발행한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바뀌고, 두 회사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해 있다.
 

라인웹툰의 미국 시장 성과는 두드러졌다. '여신강림' 등 국내 작품들이 미국 현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현지 콘텐트 업계에서도 라인웹툰의 인지도는 크게 올라갔다. [네이버]

2004년부터 국내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가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웹툰 출시 10년만인 2014년 7월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라인웹툰'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라인웹툰은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라인웹툰은 2018년 10월 북미 지역에서 월간 순 방문자수(MAU) 800만명을 넘겼고, 지난해 11월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신의 탑', '여신강림' 등 국내 작품들이 미국 현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현지 콘텐트 업계에서도 라인웹툰의 인지도는 크게 올라갔다. 네이버웹툰이 원작인 애니메이션 '신의 탑'은 지난 4월 한·미·일에서 동시 공개됐는데,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콘텐트 종주국인 미국에서 웹툰 등 IP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예정이다. 미국의 콘텐트 시장 규모는 연 8764억 달러로(약 1085조원) 전 세계 1위다. 네이버 측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의 IP 비지니스를 적극 추진하고, 글로벌 인재와 양질의 웹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이날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것도 디즈니,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콘텐트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영화·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 확보하는 데 매년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리 웹툰이 성장을 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웹툰은 전 세계 신인 창작자들을 발굴하기 플랫폼 '캔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활동하는 전문 창작자 1600명, 아마추어 창작자 58만명을 자산으로 IP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LA와 할리우드를 사업 거점으로 삼으면 네이버 웹툰이 이후 유럽·남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좀 더 수월할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네이버에게 웹툰 사업의 성공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잡아야한다는 네이버의 과제와도 직결돼있다. 라인웹툰은 특히 미국내 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네이버]

네이버에게 웹툰 사업의 성공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잡아야한다는 네이버의 과제와도 직결돼있다. 라인웹툰은 특히 미국 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네이버에 따르면, 미국의 라인웹툰 이용자 중 75%가 24세 이하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의  Z세대 비중(30~40%)보다도 더 높다. 그간 네이버의 성장을 견인했던 포털·메신저·쇼핑 등이 기성 세대 타깃이었다면, 웹툰은 MZ세대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만큼 차세대 사업 동력으로서 가치가 높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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