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러진 A씨와 B씨는 구급대원에게 넘겨지자 정신을 차렸다. 119구조대에 따르면 병원에 가자마자 아무 이상이 없어 바로 퇴원했다고 한다. 이들이 삼킨 알약은 신경안정제로 추정된다. 소방 관계자는 “갑자기 쓰러질 만한 약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갑자기 약물을 삼켰을까. 당시 진행하던 재판은 소유권 이전 등기와 관련한 소액 재판 항소심이었다. 건물을 지으려는 원고가 계약에도 불구하고 땅을 팔지 않으려는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1심에서는 “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땅을 팔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원·피고 중 어느 측 관계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약물을 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소란 50건 중 절반만 처벌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최근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질문했더니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인사 때문에 이동하기 전 판사가 훨씬 나았다. 좀 배우고 와야겠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그냥 무시하거나 주의를 주는 정도인데, 최근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는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판사들의 말대로 법정소란 행위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러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심 법원 법정 소란 접수 건수는 50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판사들은 “현장에서는 이보다 몇 배 이상 많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마저도 절반(25건)은 처벌받지 않았다.
사법 불신 표출…"적극 대응해야"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불거진 판사의 정치적 판결 논란이 결국 사법 불신을 넘어 일부에게는 사법 혐오나 폄하로까지 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소란 자체는 큰 범죄가 아니지만, 판사와 법정을 무시하는 태도는 법과 판결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판사들도 그냥 넘길 게 아니라 법정소란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연·이가람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