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감춰준다, 성형 하자···코로나도 못막은 '美의 욕구'

중앙일보

입력 2020.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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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봉쇄'하지 못한 게 있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다.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미용실과 뷰티살롱(피부 관리, 네일아트 등)을 폐쇄한 영국에선 '비밀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또 휴교와 재택근무 등의 조치를 내린 일본에선 오히려 성형수술이 늘었다. 일상화된 마스크가 수술 부기를 가리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봉쇄를 해제한 독일‧스페인·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미용실·이발소엔 손님들이 밀려들고 있다. 



봉쇄가 해제된 스페인의 한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마스크를 쓴채 손님의 머리를 감겨 주고 있다. 세면대 사이엔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손님 간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EPA=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에선 봉쇄 기간 ‘비밀 미용영업’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용사가 알려주는 집 주소로 고객이 찾아가거나 고객이 미용실 근처에 도착한 사실을 알리면 닫혀있던 셔터를 올리는 식이다. 마치 마약 밀거래 현장을 방불케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英, 비밀 미용영업 성행, 광고 수백건
"헤어 재난, 보일러 고장만큼 긴급상황"
日, 휴교?재택근무하며 성형수술 증가
코로나 19 예방 마스크로 부기도 가려
봉쇄해제 獨·佛선 미용실 커피제공 금지

지난 11일 봉쇄가 해제된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 있는 미용실에서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미용사가 역시 마스크를 쓴 손님의 머리를 손질 중이다. [EPA=연합뉴스]

 
안전한 미용업을 위해 일하는 영국 단체 '세이프티 인 뷰티(Safety In Beauty)'측은 미용사와 피부 미용사가 봉쇄 기간 중에도 계속 영업한다는 제보를 147건 받았다고 한다. 머리카락 연장술을 전문으로 하는 디 그린우드(34)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미용사는 배관공처럼 필수 노동자다. 여성에게 '헤어 재난(hair disaster)'은 보일러 고장만큼이나 긴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용사 켈리 킬빙톤(50)은 "이웃 남성은 심지어 나에게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머리카락을 잘라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젬마 소프틀리(29)는 5년 동안 매달 머리카락 연장술을 받는 데 수 십 만원을 쓰고 있다. 그는 “봉쇄도 나의 머리카락 연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뷰티살롱에서 미용사와 손님 모두 마스크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톱을 손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선 미용실과 뷰티살롱 폐쇄 지침을 어긴 사람에게 최대 3200 파운드(약 4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웨일스‧링컨셔‧울버햄프턴 등지에선 몰래 영업하던 미용실들이 적발돼 벌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뚫고 소셜미디어(SNS)와 광고 사이트엔 미용실과 뷰티살롱 영업 광고 수백 건이 올라온다. 한 뷰티살롱은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 미용사들과 고객이 보호장비를 착용한다"는 광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발소도 마찬가지다. BBC 조사에 따르면 켄트와 서식스에 있는 50명의 이발사 중 19명이 정상 영업 중이다. 


프랑스의 한 미용사가 봉쇄가 해제된 지난 11일 첫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 일본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덮친 이 상황을 성형수술을 하는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휴교와 재택근무 등으로 오랜 기간 외출하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서다. 또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술 부기까지 가릴 수 있다. 때문에 최근 학생과 젊은 직장인의 성형외과 방문이 예년보다 증가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보톡스를 시술받는 여성. [AP=연합뉴스]



한 성형외과 간호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쌍꺼풀 수술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방문도 늘었다고 한다. 
 
일본 의료계는 불필요한 미용 시술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과 의료 물자 부족을 우려해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국의 의료 시설은 소독 약품과 수술용 거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성형외과의 간호사는 “병원에 거즈가 모자라 기존 사용량보다 반으로 줄여 쓰고 있다”면서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5일 봉쇄령을 완화한 태국 방콕의 미용실에서 보호복을 입고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미용사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안전에 대한 우려는 ‘비밀 미용 영업’이 성행하는 영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의료 자격증이 없는 미용 종사자들이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한 의료 관련 단체에는 봉쇄 기간 무자격자가 필러와 보톡스 시술을 한다는 제보가 100건 이상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주사 주입은 시력 상실, 뇌졸중 등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선 제대로 된 치료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봉쇄령이 풀린 스페인의 미용실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봉쇄 조치가 해제된 독일‧스페인‧프랑스 등의 미용실‧이발소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미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접촉을 줄이기 위해 커피 제공은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선 지난 13일 한 명품 가방 매장에 사람들이 수십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두고 인상 전 가격으로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이 모습을 소개하면서 거리 두기 제한 완화를 계기로 사람들의 억눌렸던 욕구가 표출됐다고 평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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