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도권 지역의 검찰청 형사부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저녁 식사는 오후 6시 50분부터 9시 20분까지 서울 서초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추 장관은 “나는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가 대뜸 부장급 검사들을 초청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뭘까.
24년만에 '의원 배지' 뗀다
검찰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대검 간부들의 ‘상갓집 파동’과 관련해선 “장삼이사도 안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찰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직후엔 “날치기 기소“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검사 동일체’ 원칙을 강조한 이후 추 장관은 신임 검사들을 만나 “검사 동일체 원칙이 사라졌으니 상명하복 문화를 박차고 나가라”고도 말했다.
윤과 갈등→검찰 개혁 집중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이제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검찰 개혁’ 과제를 이뤄내는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일선 검찰청에서 최선임이 맡는 형사부장들을 초청한 것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곧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함과 동시에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한 만찬 참석자는 “검찰 개혁을 앞두고 추 장관이 중간 간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며 “식사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체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오해살 수 있는 행보" 지적도
추 장관의 이런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만찬 직후 추 장관이 주요 권력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 간부들을 부른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추 장관이 본인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도 이번 만찬 초청 대상에 포함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부지검과 채널A와 검사장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등의 경우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형사1부장이 아닌 차석 부장 등이 대신 참석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