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6일)에 대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평가다. 공정위는 재벌 정책을 주도해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그는 이 부회장의 사과를 “합리적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와 관련해 조 위원장은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히 결정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현 정부 2기 공정위원장으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서울대, 미국 하버드대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경쟁정책을 연구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첫 여성 교수이기도 하다. 다음은 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좋은 지배구조는 기업가치 높여
삼성 뿐아니라 한국경제에 큰도움”
“심사 중인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시장지배력·정보독점 함께 살펴”
- 이 부회장의 사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 좋은 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실천 방안이 구체화하면 시장 신뢰도 얻을 수 있다.
- 앞으로 재벌 정책 기조는.
- 재벌 역할을 당연히 인정한다. 일부 부족한 점이라면 기업 지배구조다. 순환출자 축소 등 직접적인 지배 구조 개선을 권유하면서, 공시 등 시장 압력을 통한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이 두가지 방향에서 현행 기조대로 재벌 정책을 펴나갈 생각이다.
- 좋은 기업 지배구조란 무엇인가
- 책임·권한이 일치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이 주주 등 외부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주회사 구조는 그런 점에서 권장한다. 현 정부 들어 순환출자 고리가 282개에서 13개로 크게 줄어든 것은 성과로 들 수 있다.
- 배달의민족이 계속 논란이다(배민은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 승인을 공정위에 신청한 상태다. 최근 수수료를 올렸다가 '독점' 비판을 받고 백지화했다).
- 공정위는 배민의 수수료가 높고 낮은지보다는 최근 수수료 체계 변경을 시도한 것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근거가 되는 지를 볼 것이다. 또 (단순한 시장 점유율만이 아니라) 식당·고객 등에 대한 정보의 생산·수집·이용에 관련된 '정보 독점권'을 살펴볼 것이다.
- 혁신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 혁신은 기업의 이윤 창출 기회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에겐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 혁신이 잘 되려면 경쟁과 함께 공정 경제도 중요하다. 너무 많이 개입하면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 개입할 것이다.
- 코로나19로 기업 사정이 어렵다.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 현장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나가지 않고 있고, 조사·공시 자료 제출 기한도 연장했다. 그러나 불공정 거래를 신고한 사람 입장에선 조사가 늦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시급한 사건은 현장 조사를 한다. 기업결합 심사는 최대한 서둘러 결정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에 기업결합 심사는 직원들이 밤새워 일한 결과 통상 90~120일가량 걸리는 일을 6주 만에 끝냈다.
- 일감 몰아주기가 결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데.
- 신종 코로나19 확산과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기업의 사업 위험도 커지는 것을 경험했다. 코로나 위기가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 기업이 방역 인프라가 좋은 한국으로 들어와 중소기업 등에 일감을 나눠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인터뷰=김영훈 부디렉터, 정리=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