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에어컨 가동 점검 및 교실 환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등교 일정에 맞춰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던 이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학교가 정상운영 되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기는 눈치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등교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단감염 발생에 교육계도 비상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한 클럽 입구에 지난 9일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초1 딸을 키우는 박모(40‧서울 영등포구)씨는 “이태원 클럽으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등교를 결정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 않느냐”며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는 만큼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무리하게 등교개학을 했다가 학교 내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며 “입시와 연관이 없는 학년은 당분간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등교 미뤄야" 국민청원·커뮤니티 봇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교 연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졌다. ‘등교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14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해당 글은 교육부가 등교개학을 발표한 지난 4일에는 참여자가 4만명 정도였지만, 일주일도 안 돼 10만명이 늘었다.
이 밖에도 등교 반대 청원 글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직후인 9일에도 ‘이유 있는 등교개학 반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생 두 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아빠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현시점에서 등교개학을 결사반대”라고 주장했고, 10일 현재 이글에는 35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전문가 "등교 연기" 권고, 방역당국 "논의 중"
정부는 아직 등교 연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등교 시기 조정 여부를 정부 내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서 위험도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고 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아직 등교개학 재검토 여부를 밝힐 때는 아니다.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