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이런 감정을 호소하는 이들의 글이 종종 눈에 띈다. “요즘 우울하고 눈물도 나려 한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봄탄다는 건가요”라고 묻는 이도 있다.
매년 3~5월 자살자 늘어..5월 최고 많기도
"일조량 변화 영향" "상대적 박탈감 등 작용"
겨울철인 11월~이듬해 2월 자살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1~2월엔 통상 900명대 수준에 머무르다 3월부터 1000명 이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3~5월이 연중 자살자 수가 많기로 상위에 든다. 2017년에는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에 극단 선택을 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시기의 자살 급증 현상이 ‘스프링 피크(Spring Peak)’로 불리는 이유다.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 스프링 피크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햇볕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조량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모순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갑자기 일조량이 변하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감정 기복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가을과 겨울엔 일조량이 적어 우울하고 무기력지지만 충동성이 줄어 극단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낮다.
그런데 갑자기 햇볕이 강해지면 감정의 진폭이 커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생기와 활력이 상대적 박탈감을 주며 우울감이 더 심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봄철 자살 급증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전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을 비롯한 북반구 전체가 봄철 자살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며 “남반구인 호주는 봄철인 10월 자살률이 가장 높고 3~5월은 가장 낮다”고 말했다.
전홍진 교수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줄이려면 2~3월부터 미리 햇볕을 쬐면서 빛으로 인한 감정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봄철에 심리·경제적 불평등으로 사람들에게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