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유럽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유랑'에는 자신을 여행사 대리점 사장이라고 소개한 이의 글이 올라왔다.
"내 마지막 손님" 네티즌 울린 여행사 대리점 사장
글쓴이는 "결항으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 손님들을 위해서 비행편을 알아보려 유랑 카페에 참 많이도 들어왔다. 모든 손님이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내 일은 끝이 났다. 차마 마지막 말은 못했지만, 당신들이 내 마지막 손님이었다. 안전하게 돌아와 주어 너무 고맙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커뮤니티 내에서 조회 수 5910을 기록했고, 글 밑에는 14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직업의식이 느껴져 너무 마음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폐업을 앞두고 자기 생각만 해도 막막한 시기에 손님을 챙기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자비로 선보상, 귀국 비행편도 알아봐 줘
게시물의 주인공은 6년간 여행업계에 종사해 온 여주희(38)씨다. 여씨는 2014년부터 대형 여행사 직원으로 일했고, 2년 전부터는 '여행이 행복한 사람들' 대리점을 맡아 운영해왔다.
한 때 한국 귀국편이 끊겼던 중국 체류 고객들과 여주희씨가 나눈 문자. [독자 제공]
여씨는 "사실상 2월부터 모든 예약이 취소돼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면서도 "여행업으로 얻은 게 너무 많아서 이미 가게까지 다 뺐는데도 폐업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씨가 여행사를 운영하며 얻은 건 '사람'이다. 2018년 3월부터 여씨가 직접 인솔한 여행팀은 19개 팀으로, 약 120명의 고객이 여씨와 여행을 함께했다.
여행사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게 된 여주희씨. 첫 여행 인솔을 하면서 찍은 사진. 독자 제공
코로나19로 폐업 "6년간 사람 얻어 행복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폐업을 앞둔 여씨가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은 여행업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점이다.
여씨는 "이번 코로나19로 예기치 못한 결항이 많이 생기면서 여행사에 대한 불신이 두터워진 게 안타깝다"며 "그런 상황 때문에 제가 쓴 글에 대해 많은 분이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과한 칭찬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