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식시장에서 'QV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은 전 거래일보다 60% 급락한 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도 하한가(-59.95%)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 변동 범위도 일반 종목의 2배이기 때문에 -60~60% 사이에서 움직인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52.31%)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20.62%)도 곤두박질쳤다. 투자자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원유 ETN 종목 토론방에서는 "전 재산을 잃을 판이다", "시간을 돌려달라" 같은 글이 올라왔다.
국제 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금융 당국 경고에도 개인 1조3000억 매수
게다가 레버리지 ETN은 국제 유가 일간 등락률의 2배로 움직인다. 유가 상승기 땐 '대박'이 나지만, 하락기 또는 변동성이 클 땐 막대한 투자 손실을 떠안게 된다. 극도의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문제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고평가돼 있단 점이다. 기초자산(유가)의 실제 가치와 시장가격(주가)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1000% 넘는 종목까지 나왔다. 주가에 과도하게 거품이 끼어 있단 얘기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최근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에 대해 '전액 손실'을 경고하고, 일부 종목 거래를 중단시켰다. 27일부터는 30분 단위로 매수·매도 호가를 모아 가장 많은 수량에 체결될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단일가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투자 자제를 권고했다.
폭락한 원유 레버리지 ETN 주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에 계속 관심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개인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ETF(상장지수펀드)를 총 1조36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7일 ETN 주가가 급락하자 '바닥이니 전 재산 몰빵하겠다'는 투자자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괴리율 400%인 레버리지 상품을 사면 유가가 2배는 올라야 본전인 셈"이라며 "요즘 같은 불확실한 유가 추이를 고려할 때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락에도 주가 거품 여전
현재로선 이들 4개 종목은 주가 급락과 거래 정지를 수차례 거쳐야만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가 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인 종목은 3거래일간 거래 정지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며 괴리율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투자자의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1일 거래, 3일 정지' 사이클이 두 번은 반복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투자자 손실은 크겠지만) 기존 투자자와 잠재적 투자자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시장 안정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