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9)
지난 칼럼 3화에서 브릭 아트 제작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렸는데요, 브릭을 쌓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다고 한 것 기억하시나요? 첫 번째는 컴퓨터로 3D 브릭 아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설계한 뒤 쌓는 방법과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죠. 네, 맞습니다. 바로 ‘상상하면서 동시에 직접 쌓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브릭 아티스트 에코우 니마코는 상상만으로 직접 브릭을 쌓아 올려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조각가이자 미술 교사인 그는 브릭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어 10여 년 전부터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캐나다는 물론, 미주와 유럽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 투어 전시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에 다양한 의미와 문제의식을 담는 작가, 에코우 니마코를 만나보겠습니다.
브릭 아티스트보다는 아티스트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할 무렵 조각 작품에 사용할 오브제를 찾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레고를 소재로 사용하게 된 것이 브릭 아트를 접한 계기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레고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전업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엄청난 양의 레고 부품을 수집하게 되자, 그것을 바탕으로 무언가 새롭고 획기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다고 느껴졌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브릭 부품들을 다양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인 브릭 아트 작품 활동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브릭 아트 작업의 모든 순간이 예술
제작하다가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접착제로 고정한 부분이 잘못될 경우 그 부분 전체를 뜯어내야 할 때도 있고, 뜯어낸 부품들을 다시 사용할 수 없어서 버려야 할 때도 많죠. 엄청난 시간과 물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만 그는 이런 실수도 예술적인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기에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실수를 반복하면서 해부학적으로 더 정확하고 더 나은 작업 방식을 꾸준히 터득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방식은 그를 유년시절로 돌아가게 해줍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브릭을 가지고 놀 때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저 원하는 것을 상상력을 통해 만들 뿐이죠. 레고로 창의적인 놀이를 계속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 작품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그가 브릭 아트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800시간의 인내 끝에 탄생하는 작품들
자신의 뿌리로부터 출발한 작품 세계
니마코 작가는 이처럼 언제나 브릭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역동적이고 상징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그는 가나계 캐나다인으로 캐나다에서 흑인으로 자라면서 겪어온 인종차별 문제, 그리고 종종 저평가되곤 하는 흑인 아티스트들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지를 작품에 담아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힙합 음악이나 패션 산업 등에서 소위 ‘블랙 아트’가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아직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니마코는 레고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아 오고 있습니다. 작가는 앞으로도 많은 흑인 아이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그들 자신을 투영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며,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색의 절제
사람들은 보통 레고를 생각하면 화려한 색채와 그것을 가지고 놀 때의 즐거움 같은 것을 떠올리곤 하죠. 때문에 그는 한 가지 색으로만 작품을 만들 때, 그것이 조형물에서 소위 ‘레고스러움’을 한 꺼풀 벗겨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레고를 사랑하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늘 사용하고 있지만 아티스트라면 사용하는 소재의 본질을 초월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특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레고와 같은 소재를 사용할 때는 더욱 말이죠.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