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인가?
[출처 셔터스톡]
중국에서 탈출하라!
중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공장을 본국으로 뜯어 오고, 중국 기업에 물건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어느 정도 수출을 포기하라는 말로 들린다. 미국은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강한데 비해 일본은 생산의 다각화라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미국과 일본이 자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촉구하는 건 새롭지 않다. 'Re-shoring(본국 회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다. 애플에게도 핸드폰 공장을 가져오라고 압박할 정도다. 일본 역시 꾸준히 '차이나+1(중국 외의 대체 시장)'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정책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더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글로벌 리버럴리즘(Global Liberalism)의 퇴조'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 각 기업을 묶었던 서플라이 체인이 와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유주의'는 퇴조하는가
」당연하다. 팬데믹은 그 자체적으로 고립주의 성향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확산을 위해서는 도시를 봉쇄해야 하고, 심지어 국가 간 이동도 막아야 한다. 방역을 위해서는 국가의 힘이 커지게 마련이다. 상품과 돈, 사람이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해야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은 유지 가능하다. 그게 안되면 공급 사슬도 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부터의 기업 철수가 더 강조되는 이유다.
게다가 서방 국가에 코로나19를 '유발'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은 시급한 문제가 됐다. 마스크를 사려 해도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고, 방호복을 찾으려 해도 결국 중국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잠재적 적성국가인 중국에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현실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도 비슷한 반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의료 기기 부문에서 자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생필품을 다른 사람에 의존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2001년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이를 계기로 서방 경제의 공급 사슬에 끼어들게 됐다. 그렇게 20여 년, 이제 중국은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주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위험성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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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산업 여건이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그 공장에 쓸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와야 한다면 비용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멕시코 공장 자재를 중국에서 가져와야 한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중국에는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서 상당한 수준이 중간재-완재품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둘째 인프라다.
소프트 인프라도 뛰어나다. 매년 600만 명의 대졸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고 1만 개 정도의 직업학교에서 산업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런 유무형 인프라를 신흥국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소비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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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코로나가 경제를 할퀴기 전 어쨌든 매년 6%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던 시장이다. 기업은 가급적 시장 옆으로 가려는 속성이 있다. 글로벌 기업이 과연 이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 3가지 여건을 고려해서라도 '중국 없이 살 수 있다'라고 판단되면 짐 짜도 된다. 지재권 강탈, 정책 돌변 등 중국에는 리스크도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대준다고 해도, 기업은 선뜻 따르기 어렵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우리 얘기이기도 하다.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건 어찌 보더라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스템), 코로나19 등으로 그 리스크는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기에 서방 기업에게 던져진 바로 그 질문은 우리 기업에게도 같은 숙제로 남는다.
우리 회사는 과연 중국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차이나랩 한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