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절반 "코로나 올 하반기 종식될 듯"…10명 중 7명은 코로나블루 경험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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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방문객이 줄어 썰렁한 서울 종로구 서촌 골목. 연합뉴스

서울 시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 블루(Corona+Blue)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여론조사 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코로나 블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에서 외로움과 우울·불안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응답자의 47.4%는 코로나 블루를 드물게 경험한다고 했다. 종종 경험(19.7%)하거나 자주 경험(5.1%)한 경우도 응답자의 25%에 육박했다.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41.9%)이 가장 많이 꼽혔다. ‘나와 가족의 감염에 대한 염려(34.6%)’, ‘외부 및 신체활동 제한(33.1%)’, ‘경제적 부담 및 불안(29.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시민은 감염과 일상 회복에 관한 우려와 경제적·사회관계적 문제 등 다양한 차원의 불안을 호소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내수 및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92.2%), 대규모 해고 및 실업률 상승 등 경제 문제(91%)를 우려를 드러내는 응답자도 많았다. 
 
실제로 응답자의 48%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족의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본인이나 가족구성원 중 한 명 이상이 실직한 경우는 17.6%였다. 코로나 19의 타격이 가장 큰 집단은 자영업자와 생산·서비스직 같은 블루칼라 직종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의 72.8%가 가계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에서 답답함과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북한산 산성입구에 차량이 몰린 모습. 김홍준 기자

응답자의 17.6% 실직 경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이 커지면서 서울 시민의 97%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시점인 오는 19일 이후 일상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역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활동 정상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51.3%)으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장기간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도와 심리 불안 완화(19.8%)’, ‘외출 및 신체적 활동 재개 필요(13.5%)’ 등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전환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해 응답자의 36.5%가 확진자 수와 상관없이 정부가 통제 가능한 대응체계가 갖췄다고 판단할 때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10명 이하일 때(33.8%), 30명 이하일 때(19.6%), 50명 이하일 때(9.2%) 순이었다. 
 

생활방역 전환 19일은 일러, 63.6% 

 
생활방역으로의 구체적 전환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응답자의 63.6%는 4월 19일 바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답했다. 오는 19일 바로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서울 시민은 33.4%였다.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을 원하지만 불안함은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증상 감염 등 원인 미상 감염(58.5%)’과 ‘새로운 대규모 집단 감염 발생(41.6%)’ 등이었다. 시민 10명 중 3명은 국가통제 불가상황을 우려했다. 
 
우려되는 시설로는 유흥 및 종교시설 등 다중 이용시설(46.9%), 보육 및 교육시설(42.2%), 대중교통(35.7%)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교회에서의 집단 감염과 최근의 강남 유흥업소 확진 사태에 불안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감사·자부심·기대 등 긍정적 감정도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정부와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높았다. 서울 시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감염자 치료(89.6%)와 감염병 확산 제어(80.6%) 등의 정부 관리 역량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6.9%는 서울시가 이번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서울 시민은 감사(93.7%), 자부심(84.5%), 기대(82.4%), 감동(80.3%) 등의 긍정적 감정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서울 시민이 예상하는 코로나19 국내 종식 시점은 올 하반기였다. 절반 이상(51.8%)이 올해 7~12월 중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23.2%였다. 역시 절반 이상인 54.8%가 코로나19에 따른 장기적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