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1665년초부터 천천히 시작된 역병이 급속히 확산되자, 국왕 찰스 2세는 가족들과 함께 옥스포드로 피신했고 귀족들도 자신의 영지와 친지들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캠브리지대학도 문을 닫자 학생들은 짐을 싸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 중 한 명이 학사학위를 받은 뉴턴이었다.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했던 뉴턴은 학위도 받은 터라 런던에서 150㎞ 떨어진 울즈소프(Wooldsthorpe)의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1666년 역병과 뉴턴의 기적
코로나19가 심을 기적의 씨앗
새로운 기회, 새로운 관점
의료 브랜드 산업화할 기회
은퇴와 투자 4/17
이런 시기가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국난에 버금 가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위기 중에 기업의 부채비율을 줄이면서 정보기술(IT)에 투자했다. 이렇게 심어 놓은 씨앗이 2000년대 중반 이후 활짝 꽃을 피우면서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정보기술의 강국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위기는 ‘국난의 해’이자 ‘기적의 해’였다.
사물을 보는 관점도 새로워진다. 지금은 온라인 비대면 세상의 확장성을 배우면서 한편으로 오프라인 대면 세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빨리 빨리’문화에 자격지심을 가졌지만 이번에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외환위기의 ‘금 모으기 운동’에 이어 ‘코로나19를 잘 극복한 나라’라는 인상을 세계에 심어주고 있다. ‘위기에 잘 대처하는 나라’라는 브랜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세계는 소비자의 문 앞까지 연결된 디지털 물류 체계와 강력한 의료체계를 주목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인프라에 더욱 투자를 하여 강점을 더 강하게 하고 의료체계를 산업화 하여 세계인이 찾는 나라로 만들었으면 한다. 향후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인구가 10억 명 이상 증가하며 이 중 65퍼센트가 아시아 사람이다. 의료산업은 엄청난 기회를 맞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손발이 묶여 있다. 규제완화로 대규모 내수산업을 만들어야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향후 고령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하도록 잘 손질해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 2개월이 되어간다. 모두가 너무나도 어렵지만 한편으로 많은 것을 밀도 높게 학습하는 중이다. 뉴턴에게서 보는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새로운 도약의 씨앗이 심어졌을 걸로 믿는다. 코로나19가 기적 같이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변화의 기적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