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세대를 다니다 2011년 졸업을 코 앞에 두고 자퇴했다. 정상에 가까워져도 행복을 장담할 수 없는 무한 경쟁 풍토가 의미 없이 여겨져서다. 3년 전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혜정(32)씨를 17년 만에 시설에서 데려나와 함께 살면서부터 장애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다. 유튜브 계정 ‘생각많은둘째언니’를 만든 것도 그런 자매의 일상과 장애인의 탈시설, 세상사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2018년 그런 이야기를 동명 책에 이어 장편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으로 선보이며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지난해 YMCA 한국여성지도자상젊은지도자상,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지만 4학년에 자퇴했다. 당시 써 붙인 ‘공개 이별 선언문’이란 대자보도 화제가 됐다. 그는 “명문대 졸업장을 따려고 1년 더 다니느니 그만둘 용기를 냈다”면서 “이후 제 인생은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다”고 회상했다.
다큐 ‘어른이 되면’은 의외로 밝은 분위기다. 혜정씨가 언니 없이 여러 친구와 어울리는 모습도 담았다. 장 당선인은 “중증발달장애인도 이렇듯 격리하지 않고 같이 살면 잘 살아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2년 전 발표한 자작곡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제목 그대로다. 그가 지난해 말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지난 2월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죽어라 노력해서 나만 겨우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라 모두 함께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갈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갖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대책종합케어 관련 청와대 행사에도 초청됐다. 이후 다큐 개봉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부가 장애 문제를 생각하는 진정성에 비해 왜 이렇게 예산과 제도는 미흡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불행이 아니라 불평등을 봐야만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누군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열세 살 때 부모의 손으로 낯선 환경에 보내져 평생 살아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런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고 부끄러워하고 다시는 한 사람도 그런 일을 겪지 않을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헌법의 인간 존엄권을 강조했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왔지만 실질적인 법이나 정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것에 지쳐서”였다. 21대 국회에서 관철하고자 하는 1호 공약으로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보장”을 들었다. “장애를 가진 동료 시민과 그 가족을 위한 공약일 뿐 아니라 인간을 위한 공약”이라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