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다 우승팀 삼성화재(8회)는 13승19패로 7팀 중 5위에 그쳤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승률 5할 아래를 기록했다. 그런 삼성화재의 유일한 수확은 정성규다. 홍익대 3학년인 지난해 프로에 뛰어든 레프트 정성규는 원포인트 서버로 시즌을 시작해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도 차지했다. 유효표 30표 중 14표를 받아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11표)을 제쳤다. 삼성화재 선수로는 첫 신인왕이다.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상식은 팬과 미디어 없이 치러졌다. 그래도 정성규는 행복하다. 그는 "비슷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발표까지 마음을 졸였다. 너무 좋고 실감이 잘 안 났다"고 말했다.
정성규의 또다른 힘은 아버지 정희수 씨다. 체육교사인 정 씨는 정성규를 배구로 이끈 사람이다. 취미 생활로 배구를 즐길 때 따라다닌 정성규가 재능을 보이자 근무지인 하동초등학교 배구부에 들어가게 했다. 정성규는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다. 사실 아버지도 내가 이렇게 잘 할 줄 모르셨다"고 웃으며 "두 분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성규 최고의 강점은 서브다. 정성규의 강력한 스파이크서브는 게임 분위기를 바꾸는 무기다. 정성규는 올시즌 세트당 0.293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규정 출전시간을 채우지 못해 순위 안에 들진 못했지만 국내 선수 중에선 6위에 해당한다. 정성규는 "대학 시절부터 서브는 자신있었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니까 오히려 파워가 더 붙었다"고 했다.
아직 프로 선수가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마음 씀씀이도 '프로급'이다. 부산 태생인 정성규는 '배구 고향'인 하동군에 기부를 했다. 올시즌 기록한 서브에이스 하나당 10만원을 적립해 270만원을 건넸다. 정성규는 "아버지와 상의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하동 출신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규는 신인왕 상금(200만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