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쳤다! 미 전문가가 미군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 주변의 미 함정에 대해 ‘집단 면역’ 실시를 건의했다”는 제하의 글을 실었다. 환구시보의 기사는 미 군사전문매체 성조지의 1일 보도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 미 군사전문매체 성조지 인터뷰 비판
미 군사 전문가, 남중국해 중국 견제 위해
항모 승조원, 육지 상륙보다 집단 면역 주장
톨은 과거 미 구축함 오브라이언함 등의 함장을 역임한 인물로, 현재 미 워싱턴 소재 민간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항공모함의 병사들을 육지에 상륙시켜 격리 조치를 취하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에겐 언제 충돌이나 위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특히 서태평양에 전개된 함정 입장에선 미·중 간의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며 “따라서 언제라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톨은 또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이나 로널드 레이건함 등 두 항공모함의 병사들이 신종 코로나 격리 문제로 싸울 수 없다면 중국 군대가 이 상황을 특히 남중국해에서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군의 대책으로 그는 ‘집단 면역’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가 젊은 사람들에겐 낮은 치사율을 보이고 상당수는 감염됐는지조차 모른다며 미 항모 승조원들의 평균 나이가 19~20세라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가장 좋은 행동 방안은 신종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병사들이 이겨내기를 기다리는 것이란 이야기다. 승조원 대다수가 감염 후 회복해 항체를 갖게 되는 ‘집단 면역’으로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톨은 또 승조원 중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 발생에 대비한 대책도 제시했다. 루스벨트함이나 레이건함 등이 괌이나 일본의 부두 가까운 곳에 있다가 중증 환자가 생기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법을 택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승조원의 안전을 위해 괌 입항을 결정한 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에 대해선 “부하 보호를 위한 도의적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함대는 임무를 수행하는 게 먼저”라며 “일부 환자가 있어도 누군가는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즈 앤드 스트라입스는 이 같은 톨의 주장을 실어 미군의 전투력 유지를 강조했지만 이에 대해 중국이 격분한 건 물론이다. 환구시보는 신종 코로나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며 톨의 관점이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또 미군의 생명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아마도 톨이 보기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병사들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 면역’을 실시하는 게 보다 더 고급의 인도주의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