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비자발적 잠룡’으로 평가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15 총선을 앞두고 전선 한복판에 섰다. 채널A와 MBC 보도로 불거진 신라젠 연루 의혹 당사자로서다. 유 이사장은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생에서 주식을 한 주도 소유해본 적이 없다”며 검찰 ‘표적수사론’을 주장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첨예했던 ‘조국 수호’ 여권과 검찰의 대립구도가 이번 총선판에서는 검찰개혁을 외치는 범여권 친문 세력과 ‘윤석열 (검찰총장) 지키기’ 나선 보수 야당 간 대립구도로 재현되는 형국이다. 총선을 열흘 남짓 앞둔 정치권에 ‘검풍(檢風)’이 거세지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한명숙·조국 수사, 다음 나”
‘윤석열 사단’에 대한 날 선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이나 이런 정부에 대한 존중심, 이런 것 없다”,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행동을 임명장 받은 날부터 보여온 분”이라고 윤 총장을 공격했다. 이어 “윤석열 사단 분위기는 자기들도 권력이면서 이상하게 자기들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검찰 수사를 받은 여권 실세 이름을 여럿 거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나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때나 조국 전 장관 수사 때나 다 그(검찰·언론 유착) 메커니즘”이라면서다.
유시민-이철은 어떤 관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 2010년 국민참여당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같은 당 의정부 지역위원장이었다. 이 전 대표를 두고 지역에선 “국회의원을 하려고 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가 VIK를 설립한 직후인 2012~2014년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교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당시 교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 이사장 등이 회사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과거 정치권 인맥을 발판으로 외부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초에 정치를 그만두고 나중에 봤더니 그 분(이 전 대표)도 정치를 그만두고 창업해서 투자 쪽으로 뛰어들었더라”며 “가 보니까 같이 당 활동하다가 정치를 그만둔 친구들을 채용도 많이 했고 나는 굉장히 기특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 자신은 이후 두시간 강연해서 현금으로 70만원 받고, 행사 때 축사를 해서 기차표 받은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친문 대 윤석열’ 전선으로
이날 민주당에서는 “유 이사장이 이철이란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전 보좌관)는 반응이 나왔다. 그 외 진보 진영 인사들도 이 전 대표를 두고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름만 들어봤는데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본인 명의로만 투자하는 게 아니지 않나. 차명 투자도 추적해봐야 한다”(통합당 한 후보)는 말이 나왔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 말미에 “진실은 안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은 “의문의 1패”를 당했다고 했다.
심새롬·정진우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