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사실 사고가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서 충격 규모와 부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느 위치가 더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안전보다는 오히려 기내 앞부분이 타고 내리는 동선이 짧고, 엔진 소음이 훨씬 적기 때문에 항공기 제작사들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앞쪽에 배치한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KTX, 도입 당시부터 열차 앞쪽에 특실
코레일에 따르면 초기에 KTX를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들여올 당시부터 특실 위치가 열차 앞쪽인 2~5호차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즉 유럽 방식을 준용했다는 건데요.
권병구 코레일 차량기술단장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역의 출구가 대부분 북쪽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열차 방향을 기준으로 북쪽에 가깝게 특실을 배치하면 특실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릴 때와 역을 빠져나갈 때 동선이 짧아지는 등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특실 승객의 빠른 이동 위한 배치"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처럼 특실 승객의 동선만을 고려한다면 아예 1호차부터 특실로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텐데요. 이렇게 하지 않은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소음 때문입니다.
KTX는 일반 열차와 달리 엔진이 아닌 모터를 가동해 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음이 덜하지만 그래도 기관차와 모터카(동력 객차)에서 나오는 "웅"하는 소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터카에 이어진 1호차는 특실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국내 역은 특실 승객에 혜택 적어
권병구 단장은 "서울역의 경우 오히려 특실 승객이 더 많이 걷는 문제가 있어서 2013년에 플랫폼을 남영역 방면으로 50m를 더 늘였다. 그래서 지금은 특실인 4호차에서 내리면 대합실로 올라가는 계단과 바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합니다.
올해 안에 중앙선에 투입될 예정인 신형 준고속열차 EMU-250(6량 한 편성)은 KTX와 달리 1호차를 특실로 운영할 예정인데요. EMU-250은 앞에서 기관차가 끌고 가는 동력집중식인 KTX와 달리 기관차가 별도로 없고 지하철처럼 모터가 객차들 밑에 설치된 동력 분산식 차량입니다.
새마을·무궁화호는 명확한 원칙 없어
현재는 모두 사라졌지만, 과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에서 운영되는 특실의 위치는 어떨까요. 대체로 2호차를 특실로 운영했다고 하는데요. 철도사 전문가인 배은선 코레일 송탄역장은 "일반열차는 맨 앞과 맨 뒤가 가장 진동이 심한 데다 기관차에 바로 붙어있는 객차에는 소음과 냄새 등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를 건너뛰고 주로 2호차를 특실로 운영한 것으로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열차에 따라서 1호차나3호차를 특실로 운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의 경우 소음과 진동을 고려하긴 했지만, 특실 위치를 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간혹 일반실 표를 구하기 어려울 때, 또는 장거리를 편하게 가고 싶을 때 이용하게 되는 KTX 특실. 그 위치에 얽힌 사연을 되새겨보면 더 특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