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Mind Miner
그 글의 댓글 중 눈에 든 것이 있었습니다. “나도 재택 중인데 아침 먹이고 잠깐 일하고 점심 먹고 설거지하면 점심시간 다 없어지고 오후근무하면 저녁 ㅠㅠ”. 글쓴이가 엄마건 아빠건 가사와 업무가 한꺼번에 다가온 삶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군요. 재택근무가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시험되는 상황이 오자 출퇴근과 사회적 치장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워라밸이 좋아지는 듯하지만 거꾸로 일상생활과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삶의 질이 나빠진다는 부담의 글도 꾸준히 올라옵니다.
부모님, 사무실 동료, 반려동물 등
삶에 전혀 뜻하지 않은 충격 오면
관성적 일상 다시 생각해 보게 돼
충격 후 우리네 삶은 변화할 것
집이 근무의 장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교수님은 온라인 강의의 배경으로 자택의 서재가 비치는 것 때문에 대청소를 하려다 가상 배경 생성 기능을 알고는 환호성을 질렀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남겨주었습니다. 배경으로 쓰일 수 있는 장면은 멋들어진 도서관에서부터 금문교, 심지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나 스스로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안의 어느 한 곳이라도 사무실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테리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겠습니다.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정서적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화제가 되는 것 역시 외로움에 대한 대안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에게 직책을 부여하는 것이 집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농담이 작년 뉴욕타임스에 올라온 것을 보면 어느 나라건 사람 사는 방법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나를 격려하는 동료가 될 수도, 놀아달라 매달려 일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될 수도 있으니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 가르치는 일도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겠네요.
이처럼 뜻하지 않은 충격이 오면 관성처럼 행하던 일이 멈춰지며 자동으로 움직이던 일상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삼시 세끼를 준비해주시던 부모님의 노고가 당연하지만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사무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꼭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옷차림을 강제하는 것이 업무의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조직 안에서 개인의 역할 정의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집이라는 곳이 잠시 충전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삶을 보내는 더 소중한 공간임을 느끼게 되었으며, 귀여움에 선택한 이종의 생명체가 삶을 함께 살아나가는 동반자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뜻하지 않은 충격에 놀라고 힘들어하며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애써 적응하고 있습니다. 충격 후 멈춰 생각해보고 다시 정의해보는 우리네 삶은 일어난 변화에 영향받아 계속 변화하고 또 변화할 것이기에 이 변화를 관찰하고,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