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1시30분 강남의 한 클럽 앞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가람 기자
개장 이후에도 사람이 계속 몰렸고 자정이 되자 새로 줄을 선 사람이 7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대부분 20대다.
기침도 신경 안 써
기침이 이어졌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옆 사람이 “마스크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괜찮아. 나는 그런 거(코로나19) 안 걸려”라고만 답했다.
클럽을 찾은 이모(22)씨는 “한동안 클럽을 못 왔는데 다시 문을 연다고 해서 친구들과 밤새워 놀 계획이다”며 “코로나19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강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모(22)씨도 “젊어서 면역력도 좋기 때문에 코로나19 걱정 없다”며 “강남‧홍대‧합정 다 놀러 다니고 있는데 지금까지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수업도 사이버 강의로 하니까 오히려 놀기 편하다"며 "코로나19로 사람이 조금 줄긴 했지만 20대는 술을 마시러 밖에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입구에선 마스크 썼지만…
그러나 마스크 착용은 클럽 입구에서 통과 의례일 뿐 내부 상황은 달랐다고 한다. 새벽에 클럽에서 나온 20대 남성은 “무대에 사람들이 몰려서 놀고 있는데 몇 안 되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대부분 턱에 걸치는 정도였다”며 “입장할 때만 마스크를 엄격하게 검사하고 안에서는 제지하거나 신경 쓰는 사람 없다”고 전했다. 대학 신입생이라는 김모(19)씨는 “술도 마시고 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일부 클럽이 코로나19 위험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다시 한 건 영업 손실 때문이다. 2주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이날 다시 문을 연 또 다른 클럽 관계자는 “하루 손실만 1500만원 이상이다”며 “클럽이 문을 닫는 사이 '헌팅술집' 등이 오히려 장사가 잘되지 않느냐”고 했다.
"노는데 어떻게 마스크를…"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헌팅술집. 김홍범 기자
대학생 최모(20)씨는 “자주 다니는 클럽이 문을 열지 않아서 이곳으로 왔다”며 “안에서 클럽처럼 막 뛰고 논다. 한참 놀아야 하는 이때를 코로나19 때문에 놓칠 수는 없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진 않느냐고 묻자 그는 “노는데 쓰면 안 된다”고 답했다. 직장 동료들과 놀러 나왔다는 이모(24)씨는 "사람들이 '나 신천지다', '나 갑자기 감기 걸린 것 같다'면서 갑자기 기침을 하는 식으로 농담도 한다"고 했다.
20대 확진이 27.5%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대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 예방을 위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30대는 면역력이 높아 코로나19를 견딜 수 있겠지만 타인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자나 고령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클럽 등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쉽게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제 영업중단 방법 없어"
20일 강남의 한 클럽 앞에서 서초구 관계자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서울시 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소독과 방역을 잘하고 있는지, 출입자 기록을 제대로 남기는지 등을 점검했다”며 “강제로 클럽 문을 닫게 할 방법이 없으니 이런 부분을 신경쓰는 정도”라고 했다. 서초구 관계자도 “계속해서 (영업 최소화)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홍범‧이가람‧정진호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