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① 41도 고열, 폐렴 환자를 왜 집에 보냈나
1. 41도 넘은 정군은 왜 집에 있다 위중해졌나
2. 1339 연락했지만…"검사 결과 안나와 애매"
3. 사망진단서 사인, 코로나→일반 폐렴 왜
다음날 찾은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정군은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고, 폐 X선 촬영 등을 통해 병원은 정군의 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입원 치료 대신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며 정군을 돌려보냈다. 심지어 이날 오후 부모가 다시 병원을 찾자, 병원 측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정군의 부모는 "부랴부랴 영남대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거절당했다"며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힐 것 같고 손이 떨려서 운전을 못하겠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해서 제 차로 영남대병원까지 이동했다"고 말했다.
② 1339는 왜 경산중앙병원으로 가라고만 했나
질병관리본부 소속 코로나19 상담 콜센터인 1339에 도움을 청했지만,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보라는 등 추가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아들은 끙끙 앓는데 어디 한 군데 도와주는 곳이 없었다. 최근 3주간 외출이 거의 없어 우리 입장에선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답답했다. 코로나 확진이 안된 환자들은 열이 41도가 넘어도 치료를 못 받는 감염병의료체계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③ 사망진단서 사인 왜 바뀌었나
이에 대해 정군의 부모는 "의료진들이 그동안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코로나 19를 의심해왔다"며 "일반 폐렴으로 곧바로 바꾸기보다는 질본의 확실한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측에서도 "코로나가 의심됐지만, 음성이 수차례 나왔기에 사망 당시 정군의 상태로 진단서가 나오는 게 맞다고 판단해 부모에게 이를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폐렴구균 [사진 질병관리본부]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병원의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17세가 40도 넘는 고열이 난다면 입원 치료가 원칙"이라며 "코로나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40도 넘는 고열과 폐렴이 같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입원의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고열과 폐렴 증상이면 입원치료가 맞기에 병원의 대처가 아쉽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부연설명을 통해 "17세 소년이 고열과 폐렴으로 갑자기 숨지는 일이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20대 초반 환자가 고열과 폐렴으로 갑자기 상황이 악화돼 한 달 동안 인공호흡기를 걸다가 사망한 경우가 있다"며 "코로나 19 말고도 일반인들이 모르는 각종 바이러스가 많다"고 했다.
다만 1339의 대처에 관련해서 정 교수는 "물론 적극적인 대처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1339 콜센터는 근본적으로 의료인이 아니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데다 의료 지식이 부족한 콜센터 직원 입장에선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경상중앙병원 측은 "정군의 부모에게 송구하다"며 "코로나 19 음성일 경우 우리 병원에서 치료하면 되지만, 양성일 경우엔 음압병실이 있는 3차 병원으로 가야해서 입원을 시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정종훈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