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이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노령인구가 꼽힌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2.6%(2018년 기준)인 초고령 사회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면역력이 낮아 바이러스 등 감염에 취약한 노령 인구가 많아 그만큼 치명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진들이 '선택적 진료'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80~95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한 노령 환자는 코로나19 전용 병실에 수용되지 못한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치료 대상 선별하는 '윤리적 선택' 기로에 놓여"
밀라노의 대형병원 의사는 "우리는 누구를 치료할 지 선택해야 하고, 이런 윤리적 선택은 개인에게 떠넘겨졌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의료진에겐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를 위해 의료자원을 비축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나이 든 환자나 기저질환자보다 젊고 건강한 환자를 우선시하라는 의미다.
이탈리아 마취과·집중치료학회 윤리위원장인 루이지 리치오니는 "차별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극도로 약한 환자의 몸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특정 치료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꼽히는 북부 롬바르디의 상황은 심각하다. 병상과 의료 물자가 부족해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의료진들은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부 의료진은 이로 인한 극심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롬바르디의 복지 자문위원 줄리오 갈레라는 "수요가 자원을 능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필요한만큼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부 베르가모 지역의 마취과 의사인 크리스티안 살라놀리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르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선택은 코로나19 환자 전용 응급실 안에서 이뤄진다"며 "80~95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한 노령 환자라면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의 또 다른 의료진 역시 "선착순 원칙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한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만명에 육박하자 '전국 이동제한령'이라는 강력 대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전 국민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인 셈이다. 지난 11일에는최소 2주간 식품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렸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