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락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조선·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의 경우 실적 개선은커녕 사업장 폐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 노조들도 강경 일변도 투쟁 대신 ‘일자리 지키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나선 분위기다.
현대차 등 분규 잦았던 자동차업계
“합심해 위기 넘자” 노사교섭 단축
현대중 “코로나가 먼저” 현안 미뤄
양대 노총도 노사 상생 협력키로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 기간을 단축하며 “노사 간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협력사 수급에도 안정감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특별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황의 심각성을 공동 인식하고, 철저한 비상대응 체계 구축 등으로 추가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 등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한국GM도 최근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재개했다. 한국GM 노사가 교섭을 재개한 것은 지난해 10월 노조의 교섭 중단 선언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쌍용차 노사는 유급 휴직 중인 해고 복직자들을 5월 1일부로 부서 배치키로 합의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전 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안식년제(유급휴직) 시행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추진해왔다.
자동차 업체만 그런 게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최근 노조 소식지에서 “임단협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코로나19가 더 큰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집행부의 냉정한 판단”이라고 적었다.
오는 6~7월 총파업을 포함해 코로나19 영향은 노동계가 주요 집회를 여는 여름철 하투(夏鬪)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춘투부터 투쟁 동력이 떨어져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6일 ‘코로나19 확산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문’ 발표에 참여해 당분간 대규모 파업 등의 집회를 자제하고 임금·단체 교섭 시기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노동계는) 당분간 대규모 파업 등 집회를 자제하고 임금·단체 교섭 시기와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민주노총은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10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유보했으며, 각 산별노조에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는 코로나19 변수 이외에도 전기차·환경규제 등으로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따라 노조도 생존을 위해 온건 노선을 택하는 분위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도요타 본사가 이번에 기본급을 동결했다”며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글로벌 기업 노사의 긴장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경우 노사가 미래 차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합의한 만큼 회사도 투자를 많이 하고 당분간 노사 관계가 원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