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병원에 입원해있는 대학생입니다. 왜 병원에 있냐고요? 코로나19 치료를 받기 위해서랍니다.
대구 20대 확진자
열 없었지만 빙빙도는 듯 어지러워
확진 후 9일 자택격리…잘 때도 마스크
입원 돕던 방호복 속 구급대원 안 잊혀
"노력하는 분들 많아…모두 힘 냈으면"
요즘은 종일 유튜브로 '이사배', '달려라 치킨' 채널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이곳에선 텔레비전을 볼 수 없어요. TV를 보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환자들이 있어 공용 TV 시청이 금지됐다고 해요.
가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데요.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도 많고, 그걸 보고 지나치게 분노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 같은 '진짜' 확진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분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평소 천식 있었지만 가벼운 감기 정도"
전 평소 기관지가 약하고 천식이 있었지만, 다행히 폐렴으로 진행되진 않았고요. 목에 이물감이 많이 느껴지긴 했는데 약한 감기 증상 정도예요.
사실상 감기랑 구별은 어려워요. 체온도 37.1도였으니 심한 발열은 없었죠. 다만 세상이 빙빙 도는 것처럼 머리가 아팠고, 가래랑 콧물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이 증상이 쭉 있는 게 아니라 지속됐다, 나아졌다 반복되더라고요.
특이한 증상이라면, 처음엔 가슴 쪽이 아파서 어깨를 쫙 펴기 힘들었어요. 이젠 이 통증도 사라졌지만요. 지금은 하루에 한 번씩 혈압측정, 피검사, 엑스레이촬영을 하고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봐주시고요. 증상에 따라서 감기약을 처방해주고 있답니다.
"혹시 가족에 옮을까 잘 때도 마스크 써"
가족과 살고 있어 자가격리가 말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원래 언니와 방을 같이 썼는데,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 언니는 다른 방을 썼고 저는 집에서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어요.
잘 때도 마스크를 꼈죠. 화장실은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함께 썼는데 화장실을 갈 땐 비닐장갑을 꼭 끼고 갔고요. 식사할 땐 어머니도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방에 넣어주셨어요.
"신천지교인들 다녀간 식당서 지인도 감염"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인이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지난달 21일쯤이었고요. 그 전에 우리 집에 잠시 다녀갔던 게 기억나 저도 지난달 23일 영남대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25일 양성 판정을 받았어요. 우리 집에서 잠깐 머물면서 대화했을 뿐인데 그새 감염이 됐나 봐요.
대구엔 워낙 확진자가 많잖아요. 그래서 선별진료소에서도 접수한 다음에 5시간은 지나서야 검사받을 수 있었어요. 확진자가 많은 탓에 확진을 받은 후에도 제가 몇 번째 환자인지 듣지 못했죠. '코로나에 걸려 억울하지 않냐'고도 묻던데 뭐, 어쩔 수 없죠. 오히려 가족 중에서 저만 걸려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대구에 유독 20, 30대 젊은 확진자가 많다고도 하던데요. 신천지 교인들 때문에 그렇다는 기사도 본적이 있어요. 저도 번화가 동성로에서 신천지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만난 기억이 나요.
작년 여름쯤, 젊은 여성 두 분이 저한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든다며 그림을 골라달라고 했었는데요. 몇 개월이 지난 후 겨울에도 똑같은 그 두 사람이 저에게 다가와 다른 설문조사를 하면서 말을 걸더라고요. 그때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신천지 교인이 아닌가 싶어요.
"방호복 속 땀 흘리던 구급대원 안 잊혀"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올 때 제 옆에 있던 구급대원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안 잊혀요. 땀이 얼마나 났는지 쓰고 있던 고글 안에 습기가 가득 차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감사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에서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까워요. 물론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이 정도로 퍼지진 않았을 것 같단 생각도 들어 솔직히 화도 나죠.
그렇지만 제가 만난 구급대원처럼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니까 다 같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김지아·최연수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