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마련했던 사업계획이 코로나19로 틀어지면서 궤도 수정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손실 줄이기와 장기 대응책 마련이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경우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 전략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국내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에 더해 미국·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무너질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당장 삼중고에 빠졌다. 국내에선 소비 위축을 걱정해야 하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선 수출 물량 축소를 고민한다. 소재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장을 멈춘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코로나에 경영계획 전면 재검토
내수·수출 위축, 부품 차질 삼중고
삼성, 반도체 수요 감소 대응 고심
현대차, 국내외 판매목표 점검
SK, 장기전 대비 인력계획 마련
삼성전자는 손실 최소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선 올해 초 야심 차게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0 판매 부진이 눈앞에 놓인 고민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20 누적 개통 물량은 전작인 S10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도 문제다. 국내 유일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달아 4명이 발생한 것을 주시하면서 생산 시설 유지로 경영 전략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물량 절반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한국 수준의 방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차질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중국 시장의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LG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등 전체적인 경영전략을 새롭게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해 4월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LG화학 등은 이달 초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채용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 특수를 배제한 경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 TV 특수가 사라지고 스마트폰 시장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해 목표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리조트 사업 부문 계열사를 둔 대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도 테이블에 올려놨다.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일 발행된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으로 한국 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총 20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유통에서 화학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과 함께 하반기 사업계획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화학 사업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의 고민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로 유통과 리조트 사업 부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에선 한화 리조트 부문 임직원의 기본금을 삭감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고객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기본금 삭감과 관련해 결정된 안은 없지만, 동종 업계에서 논의되는 것과 비슷한 안을 놓고 고민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강기헌·장주영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