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은 전날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경증 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로 활용이 가능한 공공연수원과 대기업 연수원 등을 확보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3000실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국무회의에서) 권 시장은 ‘법적 검토가 부족한 채로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말해서 죄송하다. 상황이 긴급해서 올린 말씀임을 양해해 주십사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긴급명령권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에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때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리는 명령이다. 헌법 제76조에 그 권한이 명시돼 있다. 2항에는 발동 요건이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 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라고 규정돼 있다. ‘교전 상태’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긴급명령권은 준전시 또는 전시 상황에서 발동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는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아시다시피 교전상태라는 요건에 해당이 되지 않고 국회가 열려 있다”며 긴급명령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해찬이 말한 긴급재정명령권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요건은 헌법 제76조 1항에 명시돼 있다. ‘①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②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③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현재 상황이 발동 요건에 모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①요건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 발동되지 않았는데 지금이 그 이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②요건은 어떤 조치를 실시할지 명확하지 않아 긴급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③요건은 지금 국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두 가지 요건은 해당하지 않고 한 가지 요건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의 해석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한다면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독재의 상징이었던 긴급명령
1987년 이후 사례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며 발동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 유일하다. 당시에도 위헌 논란이 있긴 했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는 김 전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발동되지 않았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