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탈리아 등에서의 입국 제한을 질문받고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면서도 “적절한 때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곧장 입국 제한을 않겠지만 추이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이 플루(코로나19 의미)로 심하게 타격을 받았지만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회견 1시간 뒤 3단계 발령
한국발 입국 제한 땐 경제·외교 파장
한·미 “내달 예정 연합훈련 연기”
한국이 미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 입국 제한에 나서면 지구촌에 연쇄반응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에서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이후 이에 동참하는 나라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맹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발 입국 금지를 발표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한국이 지리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빗장 걸기는 경제적으로도 타격이다. 미 상무부 전미여행관광청(NTT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의 미국 입국자는 218만여 명(잠정)으로, 국가별 입국 숫자로 보면 한국이 7위국이다. 경제와 교류에서 미국과 크게 연계된 만큼 미국이 문을 좁히면 비즈니스는 물론 유학생 등 일반인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는 미 국무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중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다음 날 내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국에 대한 자체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격상한 지 일주일 뒤였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 행정부는 나름 동맹국을 외교적으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CDC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CDC는 앞서 24일(현지시간) 이미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중국과 똑같은 3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는 한·미 군사 관계에선 이미 타격을 미쳤다. 한·미 군 당국은 27일 다음달 예정됐던 한·미 상반기 연합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1976년 ‘팀 스피리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던 이 훈련이 감염병 때문에 연기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위험이 당분간 계속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은 사실상 취소됐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군 일각에선 이번 훈련 연기가 “왜 위험한 곳에 보내는가”라는 식으로 미국 내 주한미군 주둔 여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위문희·이근평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