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질환의 씨앗 기생충 감염증
한국인이 많이 감염되는 기생충은 뭘까.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기생충 감염병 중 ▶간흡충증 ▶폐흡충증 ▶장흡충증 ▶회충증 ▶요충증 ▶편충증 등 6종을 ‘법정 감염병’(4급)으로 지정했다. 법정 감염병은 한국인의 ‘다빈도’ 감염병이라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등급에 따라 이들 감염병을 관리·감시한다.
회충 많으면 장폐색증 유발
민물 회로 감염되는 간흡충
담도암 원인 1급 발암 생물
기생충 종류 따라 구충제 달라
기생충은 생김새에 따라 ‘선충류’와 ‘흡충류’ 등으로 나뉘는데, 알벤다졸은 이 중에서 선충류에 효과가 있다. 선충류는 몸매가 실(線)처럼 길고 가느다란 기생충이 해당한다. 법정 감염병을 유발하는 기생충 6종 가운데 회충·요충·편충이 선충류다. 회충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가벼운 위장 증상, 영양장애부터 심하면 장폐색증까지 유발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편충증도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많은 수에 감염되면 복통, 만성 설사, 빈혈, 체중 감소 등이 생길 수 있다. 요충증은 주로 어린이에게 항문 주위 가려움증, 피부 궤양 등을 유발한다.
알벤다졸은 선충류의 먹이인 포도당의 공급을 차단해 선충류를 굶겨 죽인다. 흡충류는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의약품으로 잡을 수 있다. 흡충류로부터 칼슘을 빼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홍성태 교수는 “흡충류 감염 시 알벤다졸 복용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흡충류는 기생 도구인 ‘흡반’(빨아들이는 기관)이 있고 선충류보다 넓적하다. 법정 감염병 유발 기생충 중 간흡충·폐흡충·장흡충이 속한다. 이 중 치명적인 기생충이 간흡충이다. 간흡충은 담도에 상처를 내면서 무기력증·복통·소화불량 등 증상을 유발한다. 심해지면 담도염, 담도성 간경변, 담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간흡충은 담도암 유발 1급 발암 원인 생물체다. 장흡충증은 설사, 복통, 고열, 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식욕부진, 피로감을, 폐흡충증은 심한 기침, 피 섞인 쇠녹물색의 가래, 흉통,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흡충류의 주된 감염 매개는 민물고기다. 평소 민물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 때 기생충 알 검사를
기생충은 몸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몸 밖에서도 붙어산다. 옴진드기·머릿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옴진드기가 유발하는 옴은 전염력이 강하다. 옴진드기는 피부 각질층에 굴을 만들어 기생하는데,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환자의 피부와 맞닿은 옷·수건·이불 등을 활보한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희주 교수는 “요양시설을 다녀온 뒤 온몸이 간지럽다면 옴진드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옴은 퍼메트린 크림을 전신에 발라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머릿니는 전 세계적으로 근절되지 않은 피부 기생충이다. 이대서울병원 피부과 이민영 교수는 “머릿니는 피레트린·린단 용액을 모발에 발랐다가 헹구는 방식으로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생충의 오해와 진실
X 알벤다졸을 챙겨 먹으면 안심?
O 사람을 조종하는 기생충도 있다?
X 기생충이 많으면 살이 빠진다?
X 기생충은 온몸 곳곳을 돌아다닌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