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6시경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봉준호 감독은 피로한 기색이었지만 미소 띤 얼굴로 손을 들어 인사했다. 배우 송강호, 이정은, 제작자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을 위해 지난달 2일 미국으로 출국한 지 45일 만의 귀국이다. 봉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기생충’ 팀은 지난 12일 먼저 입국했다.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16일 귀국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
‘기생충’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봉 감독의 금의환향에 공항은 도착 시간 한 시간여 전부터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입국장 풍경이 재현됐다. 당시 그는 ‘한국에 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집에 가고 싶다”며 “제가 키우는 강아지 ‘쭌이’가 보고 싶고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16일 봉 감독은 별도의 질문을 받진 않았다. “19일에 저뿐 아니라 기생충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 같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면서 “그때 차근차근 자세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감사를 표했다.
"영화 일 힘들 때 하늘이 준 짜릿한 선물"
“되게 오래 기다려서 찍었거든요. 실제 눈 올 때 찍고 싶어서 9월 초에 70 몇 회차 다 찍어놓고 후반작업 하면서 기다렸는데 그해 겨울에 유난히 눈이 없었어요. 잠깐 왔다가 금방 녹아버리고. 나중엔 하도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버리겠는 거예요. 저나 조감독, 프로듀서 ‘악’ 이러다가 2월 15일에 무조건 찍는다. 눈 안 오면 특수효과팀 소금 깔 준비하고 원경은 CG(컴퓨터그래픽)로 간다, 하고 촬영 갔는데 기적의 눈이 오더라고요.”
당시 봉 감독의 말이다. 그는 “실제 눈으로 찍은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짜릿한 통쾌함이 있다”고 했다. “눈 오는데 우식이가 막 (산에) 올라가는 샷을 보면 그래, 이런 게 영화지. 영화 일이 힘들고 괴롭고 그런데 가끔 또 그런 짜릿한, 하늘이 주신 선물이 있지, 그러죠.”
'기생충' 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
봉 감독의 귀국 풍경과 절묘하게 겹친 설경 장면도 오는 26일 개봉하는 ‘기생충’ 흑백판을 통해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인천=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