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김태호 수도권 출마 거부에…한국당 “PK도 험지” 타협

중앙일보

입력 2020.02.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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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심재철 원내대표(오른쪽)가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25 70주년 및 천안함 10주기 기념 국군문화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의 4·15 총선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 등 권역별로 선거를 이끌어갈 지도자급 주자들의 배치가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지는 12일 한국당 공천관리위의 ‘뜨거운 감자’였다. 수도권 험지 출마 대신 고향(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고집하던 홍 전 대표가 전날(11일) ‘경남 험지’ 절충안을 들고나온 탓이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험지 ‘양산을’이라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홍 전 대표처럼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마하는 곳이다.

홍준표 “경남 양산 출마” 역제안
김형오 공관위원장 “절반의 수확”
김태호는 창원성산 차출 거론

이날 공관위는 명확한 답변을 하진 않았다. 김형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절반의 수확을 얻었다”고 했다. “거목이 될 나무가 엉뚱한 곳에 뿌리를 박으면 거목으로 자랄 수 없다. 일단 두 분이 잘못된 장소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절반의 수확을 거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어디로 배치하느냐에 대해서는 추후 엄정하고 밀도있게 논의한 다음 결정하겠다”고 했다.
 
공관위 내부적으로는 “수용할 수 있지 않으냐”는 기류도 있다. 한 공관위원은 “두 사람이 수도권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본인의 고향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경남 출마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한국당은 전통적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8석(부산 5, 경남3)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번에 ‘PK 수복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홍 전 대표 등을 PK ‘격전지’에 보내 장수 역할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김태호 전 지사는 변수다. 일각에선 노동계가 강한 창원성산에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아직 입장 변화가 없다. (고향인 산청-함양-거창-합천을) 떠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험지라고 해도 두 곳 모두 최근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PK 지역이다. 공관위가 두 사람도 설득 못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여론도 부담이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세종시 출마가 유력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 10일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세종시를 설계하고 기획한 분”이라고 했다. 2014년 지방선거부터 2018년 지방선거까지 한국당 계열이 선거마다 연패했다.


서울·수도권은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대표가 선봉장 역할을 맡는다. 황 대표는 12일 종로구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역할은 아직 미지수다.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의) 직접 출마 여부는 현재 답하기 어렵다”라면서 “전국에 다니며 지원 유세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