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한 달 만에 현실이 됐다. 9일(현지시간) 아시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관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이튿날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올랐다. 10일 하루 동안 50만1222달러(약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액수다. 지금까지 북미 수입은 약 3600만 달러(약 424억원) 수준이지만 이번 주말 상영관 수를 현재 1060개에서 2배 이상 확대 예정으로 최종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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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에서도 넷플릭스가 투자ㆍ배급한 작품이 2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비록 ‘아메리카 팩토리’가 장편 다큐멘터리상, ‘결혼이야기’가 여우조연상을 타는 등 2개 부문 수상에 그친 데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아이리시맨’이 무관으로 끝나면서 “‘기생충’이 올해의 승자라면, 넷플릭스는 올해의 패자”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향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멕시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외국어 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면 올해 ‘기생충’의 이변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비영어 영화 열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일군 성취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영화 제작자 및 배급사에 희망과 도전 의식을 동시에 안겨준 덕분이다. 코헨 미디어 그룹 CEO 찰스 코헨은 “‘기생충’은 게임 체인저”라며 “이제 사람들은 자신 있게 세계 영화에 투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92년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는 총 11편이지만 ‘아티스트’(2011, 프랑스), ‘아무르’(2012, 오스트리아), ‘로마’(2018) 등 3편이 최근 10년간 작품인 만큼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