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뒤 영화의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이미경(62) CJ 부회장은 제작진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그리고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을 때도 모습을 보였으나 직접 소감을 밝힌 건 처음이라 주목받았다.
외신들 역시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뿐 아니라,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 부회장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의 거물”
이어 “앞으로 CJ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 부회장의 말을 전하면서 “이제 그녀가 할리우드로 온다”고 예고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특히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인 드림웍스와 이 부회장과의 인연을 자세히 전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음악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이 공동 설립한 드림웍스와의 투자 협상을 주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할리우드 거물의 마음을 산 덕에 CJ(당시 제일제당)는 큰손들이 투자를 위해 줄을 서는 드림웍스의 파트너가 됐다.
“드림웍스 계약 이후 선수로 급부상”
이 부회장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평가도 전했다. 봉 감독은 이 부회장을 ‘많은 영화를 보고 그 광적인 열정을 사업으로 가져온 진정한 영화광'이라고 표현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 부회장이 케이팝에 보이는 열정도 소개했다. 한류 페스티벌인 KCON을 통해 해외 팬들이 케이팝 아티스트의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면서다. 2012년부터 매년 열리는 KCON은 콘서트와 컨벤션을 결합한 행사로 케이팝과 드라마·영화는 물론 패션·뷰티 등 ‘한류의 모든 것’을 다루는 행사다.
세계적인 팬덤을 이끄는 방탄소년단(BTS) 역시 2014년 KCON에 ‘신인가수’로 등장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매체는 전했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 부회장은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 봉준호라서 감사하다”며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를 사랑하고, 우리 영화를 지원해주고,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말해준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생인 CJ그룹 이재현(59) 회장을 언급하며 "함께 꿈을 꾸고 지원해준 제 동생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