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고개 기울이는 아기, 백일 지나도 그대로면…

중앙일보

입력 2020.0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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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어도 스스로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아기가 고개를 한쪽으로만 돌리거나, 목을 가눌 수 있는 생후 3~4개월 이후에도 머리를 바로 하지 못하고 자꾸 한쪽으로만 기울인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의학적으로는 목을 비스듬히 기울이는 현상이라고 해서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근육의 이상으로 인한 선천성 근성 사경이다. 선천성 근성 사경은 주로 신생아에서 관찰되고, 한쪽 목의 근육(흉쇄유돌근)이 두꺼워져 혹 같은 것이 만져질 수도 있다. 근육의 길이가 짧아져 목이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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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근성 사경은 초음파 및 MRI 등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약 85~90%는 물리치료로 완쾌되며, 10~15%는 물리치료와 수술 또는 보톡스 같은 주사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치료되지 않은 선천성 근성 사경은 두개골과 안면의 비대칭, 척추측만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운동 치료가 일차적 치료법이며, 단축된 흉쇄유돌근을 충분히 펴주는 신전 운동이 필요하다. 흉쇄유돌근의 길이가 정상 범위로 유지되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단 지나친 마사지는 오히려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개를 기울일 때 사경 외에도 측경(側頸)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측경은 사경과 달리 양쪽 귀가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목을 스스로 가눌 수 있는 생후 3개월 이후에 주로 병원을 찾는다. 초음파검사상 이상이 없으며, 얼굴을 잘 돌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 영역에서 적절한 발달을 보이는 아동은 자세성 사경인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 목 가눔이 완전치 않아서 생길 수 있다. 목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를 통해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단 측경의 20%는 눈에 원인이 있다. 특히 한쪽 눈의 사시가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물리치료로 호전되지 않고 안과의 협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심한 경우에는 다운증후군·자폐·뇌성마비·중도인지장애 등 신경 발달성 질환이 동반될 때가 있어 사경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소아재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이후 발달 점검,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정수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