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13개월만 최고치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1월 물가가 반등한 건 지난해 지속적인 저물가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안현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작년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농산물 기저효과가 끝나고 작황 악화로 채소류 가격이 올랐다”며 “국제유가도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농수축산물(2.5%)과 석유류(12.4%)가 크게 올랐다. 대체로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채소류 중 배추는 76.9%, 무는 126.6% 올랐고 택시료(13.7%), 시내버스료(4.9%) 등 공공서비스 가격도 뛰었다. 특히 중동 불안에 따른 석유류의 가격 상승은 2018년 7월 이후 최대다. 전체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는데 가계의 체감 물가는 높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근원물가 6개월 연속 0%대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번 달에도 내수 경기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등락이 큰 농산물ㆍ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로 장기 추세를 나타낸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가계·기업의 수요 부진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메르스 당시 10개월 연속 저물가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소비 부진이 본격화하면 저물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감염자 수가 3명에 불과했던 사스와 달리 감염자 186명ㆍ사망자 38명을 나타낸 메르스 발생 당시, 2015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연속 0%대 저물가가 나타난 선례가 있다. 4일 현재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16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 9∼10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명동 본점의 매출이 30% 급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주말 매출은 12.6% 감소했고, 명동 본점 매출은 23.5%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매출은 8.5%, 본점인 압구정점은 7% 각각 감소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