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A백화점. 1층 구두 매장의 업주 B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얼굴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 백화점은 우한 폐렴 3번 확진자가 21일 찾은 곳으로 알려졌다.
B씨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여기에 왔다 갔다고 해 불안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싶은데 위에서 쓰길 원하지 않는 눈치여서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미관상으로나 손님과의 의사소통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쳐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싶다는 게 B씨의 소망이다.
2층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C씨도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는 “원래 복장 지침상 마스크를 쓸 수 없게 돼 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쓸 수 있게 하거나 아예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백화점 1층부터 10층까지 매장 노동자들은 100% 가까이 마스크를 쓰지 못한 채 근무 중이었다.
다만 지하 1~2층 식품 매장 노동자들(계산대·안내데스크 등 포함)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식품 위생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백화점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한 노동자는 “우리처럼 위층 분들도 마스크를 쓰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산 백화점, 취재 후 "전직원 마스크 착용 지시"
중앙일보 취재 완료 후 A백화점은 “오후 5시 전직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알려왔다.
우한 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을 대면하며 일하는 서비스업 노동자 사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탐탁지 않아 하는 고용주나 임대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마스크 쓰지 말라” 강제에 국민청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에도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다. 화장품 로드숍 직원 D씨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 중이지만, 본사에서 아직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다른 화장품 로드숍의 직원 E씨는 “마스크를 쓰고 싶지만, 요즘 매장 매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마스크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쇼핑을 나왔다는 주부 주 모(60)씨는 “해외에서는 서비스 노동자들이 다 마스크를 쓰던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에선 아직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특정 다수 상대하는 사람 마스크 써야”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 노동자의 경우 우한 폐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 등 때문에 마스크는 필수 안전장구가 됐다”며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회사 측에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박현주·김민중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