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같은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정부 역학조사관이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게 된다. 그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역학조사는 일종의 경찰 수사와 비슷하다. 병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서 어떻게 전염됐는지 알아내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에게 며칠간 방문한 장소를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에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과 카드 결제 내용 확인,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환자가 탑승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하면서 엘리베이터 면적, 마스크 착용 여부, 동승자와의 거리, 대화 여부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식이다. 또한 환자 이동 경로에 따라 그 주변 CCTV를 모두 확인하곤 한다. 초, 분 단위로 환자의 과거 동선을 훑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감염병 환자의 동선 등은 원래 비공개였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를 계기로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이상 단계에선 환자의 이동 경로와 수단, 진료 의료기관 등을 국민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 정부는 27일 기준으로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상태다. 우한 폐렴 세 번째 환자의 움직임도 이 법령에 근거해서 공개됐다. 다만 환자가 공개 내용 중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보건복지부 측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보건당국이 환자 움직임을 쫓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감염 경로를 파악할 때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추가 감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14번 환자는 두 차례 응급실을 벗어나면서 중간중간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를 바탕으로 병원 화장실과 엑스레이 촬영실 등을 오간 115번 환자가 응급실 근처 복도에서 14번 환자의 비말(침방울)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