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육은 미취학 아동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 한글 교육 시간을 27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렸다. 그 중에서 51시간이 1학년 1학기에 배정된다.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부모의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학부모 3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 학부모 80.6%가 한글 교육을 했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만 학원, 방문교사 등 사교육을 이용하는 비율도 34.3%에 달한다.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한글 교육을 팩트체크해봤다.
수학교과서 1학년부터 긴 문장 나온다?
하지만 너무 문장이 길고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2017년부터 적용된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대거 삭제됐다.
현재 1학년 수학 교과서에는 긴 문장이 등장하지 않고 그림으로 대부분 대체됐다. 날아가는 새 두마리와 앉아있는 새 네마리를 그려놓고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써있는 식이다. 문제는 교사가 읽어준다.
알림장·받아쓰기 못하면 학교 적응 어렵다?
알림장은 교사가 인쇄물로 나눠주고 학부모가 확인하도록 한다. ‘e알리미’와 같은 알림장 앱을 통해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하는 학교도 많다. 일기도 1학년 1학기에는 그림으로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 모르면 방과후 수업을 못따라 간다는데?
이런 교재는 한글을 완벽히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교육부 김영재 과장은 “수익자 부담으로 선택하는 수업이라 따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면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글 몰라도 1학년때 터득할 수 있을까
교사들은 아이가 자음과 모음을 아는 수준이라면 88.8%는 한글을 터득할 수 있다고 했다. 글자를 읽을 줄 모르고 자음 모음만 알아도 대부분은 1년만에 한글을 떼는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승미 평가원 교육과정연구실장은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친다고 해도 대부분이 배우고 들어오니 뒤쳐질까 불안해서 또 사교육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지금보다 한글교육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화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지금은 1학년 1학기가 모두 한글 학습에 할당돼있다고 할만큼 천천히 가르치고 있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모는 책을 읽어주거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같이 가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