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보수 재건 3원칙’을 둘러싼 기싸움은 여전하다. “수차례 동의 의사를 밝혔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달리 새보수당 측은 “확답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통합 3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당 대표단 회의에서 “황 대표가 진정성 있게 3원칙에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황 대표의 입장 표명을 재차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선 “이미 (황 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쉴 틈도 주지 않고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앙금이 남았다는 얘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신년인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황 대표의 직접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유 의원과도 뜻을 같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정치세력과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라고만 했다. 새보수당 측에선 이를 문제삼았다. 한 새보수당 인사는 “하다못해 전세계약서를 쓸 때도 본인이 서명하지 대리 서명을 하느냐”며 “동의를 하는데 공식 발표는 못 하게 하는 한국당의 분위기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분위기도 미묘해졌다. 전날 통합 발표에 찬성 입장을 낸 한국당 초선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쯤 되면 통합보다는 ‘황교안 무릎 꿇리기’가 새보수당의 우선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이제 황 대표 대신 통합에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만 모셔다가 꽃가마 태우는 식으로 통합이 흘러간다”고 비판했다.
유승민(왼쪽)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하태경(가운데) 책임대표와 정운천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당대표단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혁통위는 두 번째 회의를 앞두고 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이날 “주말 사이 실무 준비를 마치고 월요일(13일)부터는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려고 한다”며 “조정할 부분은 있어도 양측의 의지만은 여전한 만큼 통합 논의에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