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연합뉴스]
논란을 재점화한 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서울 구로을 출마설’이다. 그는 총선을 정확히 100일 앞둔 6일 사의를 밝히며 “겸손하지만 뜨겁게 시작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현재 구로을 출마가 가장 유력하다. 구로을에 지역구를 둔 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원 겸직 장관)이다. 박 의원이 지난 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윤 실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박영선 나간 자리에 윤건영”이라는 그 간의 소문에 힘이 실렸다.
당 내에서는 “청와대 출신이라고 유리한 지역구를 받아 꽃길만 걸어서는 되겠느냐”(중앙당 당직자)는 말이 나온다. 윤 실장의 경우 고향인 PK(부산·경남)나 자택이 있는 경기도 부천 등 다른 지역 출마 수요가 거론되는데 굳이 민주당 ‘표밭’을 골라가는 걸 곱게 보기 힘들다는 평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청와대 출신이 해볼만한 지역에 편하게 낙하산으로 내려가 단수공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7일 말했다.
꽃길 행보가 윤 실장이 가진 ‘문재인의 복심’ 타이틀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의 초선 의원은 “우리 당에 좋은 지역이 비었다면 당연히 벌써부터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후보자가 있기 마련”이라며 “당 내 경선에 참여해 경쟁 절차를 밟아야지, 자칫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했다가는 반발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부터)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출신 ‘현직 장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같은 분위기는 민주당이 ‘험지 출마자’ 물색에 난항을 겪으며 더 커졌다. 박영선 장관 지역구와 대조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역구(서울 광진을)가 대표적 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의 최대 고민은 광진을에 누구를 내보내냐는 것”이라면서“(한국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붙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한 데 마땅한 인물이 없어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중 광진을에 나오겠다는 후보는 아직 없다.
‘조국 사태’로 민심이 악화한 PK 지역도 인물난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윤 실장 등 대통령 측근 인사나 신인, 명망가를 중심으로 구심점이 될 후보자들과 접촉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재보궐 낙마 후 어렵게 수도권(경기 김포을) 초선 타이틀을 단 김두관 의원을 다시 경남으로 ‘U턴’ 시키는 고육지책 카드를 꺼냈다.
총선 출마 나선 文정부 주요 청와대 참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치권에서는 정권 4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이 ’친문 마케팅‘을 활용할 최적의 기회라는 판단에서 ‘청와대 출마자 러시’가 이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의 실제 당선 가능성은 미지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권 심판론’이 커지기 마련”이라면서 “BH(청와대) 출신이 많다면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